출근길 명동으로 볼일이 있어 남산을 거쳐 간다.걸어서 40분이면 넉넉하다.
사진도 찍고 가을 풍경을 음미하며.
오늘은 열매를 중심으로 카메라에 담아 본다
도시 주변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음이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해바라기는 남산 분수대 주변에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져 있엇다.
분수대 북쪽 위치에 모과나무들의 열매가 탐스럽다
모과를 보면 세번 놀란다고 한다.
열매가 못 생겨서 놀라고, 못 생겨도 향기가 좋아서 놀라고,
향기 좋은 열매가 맛이 없어서 놀란다고 하지.
그래도 열매가 탐스럽게만 보인다.
올여름의 긴 우기 탓으로 감나무도 작년만큼 열매를 맺지 못했다.
그나마 남산 정도나 되어 관리자들이 아끼고 보호하여 주었으니 열매 구경이나 하지,
법원 뒷산엔 감나무가 수십 그루 있어도 감이 거의 열리지 않았다.
감나무는 7가지 특징이 있다고 들었다
오래 살고,좋은 그늘을 만들고,새가 집을 짓지 않고,벌레가 없으며
단풍이 아름답고,열매가 먹음직스럽고,잎이 크서 거름하기 좋다고.
그러나 오래 사는 점은 의문을 가진다.나뭇가지가 약해서 새들이 집을 짓지 않는데
그것은 단점이 아닐까?어릴 때 어른들이 감나무에 올라가지 못하게 하였지.
감을 딸 때도 장대등으로 따지 올라가지는 않는다.
남산 북측산책로 입구에 조지훈 시비가 있는데
시비의 검은 돌 속으로 가을 풍경이 배경화면처럼 들어와 박혔다.
파초우/조지훈
외로이 흘러간 한 송이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성긴 빗방울
파초잎에 후둑이는 저녁 어스름
창 열고 푸른 산과
마주 앉어라
들어도 싫지 않는 물소리기에
날마다 바라보는 그리운 산아
온 아침 나의 꿈을 스쳐간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남산에서 명동으로 내려 가는 골목의 인가에서 발견한 대추나무.
봄에 이파리가 늦게 핀다고 양반나무라고도 하고
벼락맞은 대추나무로 도장을 만들면 귀신을 막아준다는 속설도 있다.
참,우리가 제사 지낼 때 조율시이의 첫번째의 대추는 열매가 많아 자손을 많이 낳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열매에 씨가 하나로 임금을 뜻하고
밤나무는 씨가 셋이 들어 있어 삼정승을 의미하고
감은 씨가 여섯개로 육조 판서을 나타내고
배는 씨가 8개로 팔도 관찰사를 뜻한다고 들었다.
드디어 점심 시간이 되어 법원 뒷산으로 산책을 나갔다.
꽃무릇이 오롯이 붉은 꽃을 피우고 있었다.
상사화처럼 잎이 피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웠다.
상사화는 잎이 피면 꽃이 져버리니 꽃과 잎이 서로 그리워도 만날 수 없어서
상사화가 부른다고.
산딸나무,언젠가 봄에 북한산 숨은벽 다녀오는 길에 하얗게 피어난 꽃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 있다.그래서 관심 있게 보았는데
열매가 딸기처럼 생겼다고 산딸나무라고 부른다.
가을 공원의 조경수로 참 좋다.봄에는 하얀꽃,엄밀하게 말하면 꽃받침이 꽃처럼 화단을 수놓고
가을엔 붉은 열매로 수확의 기쁨을 연출해 주니 보기도 좋다.
하얀꽃받침이 네개로 열십자 처럼 생겨서 기독교에서는 십자가 나무라고 부른다고 들었다.
산수유 열매도 탐스럽다.그러나 나무는 많았지만 열매는 별로 맺지 못하였다.
신라 경문왕(?)이 귀가 크서 신하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어느 절(도림사?)
대나무 밭에서 외쳤는데 바람이 불기만 하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울려 퍼져서
그 대나무숲을 없애 버리고 산수유를 심었다고 하지...
완전히 익으면 붉게 변하는데 아직은 덜 여물었나 보다. 요즘 어느 회사 대표가 광고에서
남자에게 좋다고 하면서 그 이유를 말하지 않았지.
산수유 열매의 씨는 독이 있어 먹지 못한다.지리산 인근의 산수유 군락에서 처녀들이 산수유 열매를 따서
입으로 과육을 벗겨 약재를 만든다고 한다.처녀의 입을 통과해서 일까?
처녀들의 이빨은 흑치로 변한다고 하는데 열매 성분에 해열제등 뛰어난 약효가 많다고 한다.
자귀나무.근모가 남쪽지방에서 유심히 보았다는 나무,뒷뜰에 심으면 부부의 금슬이 좋다고 한다.
밤이면 양쪽 잎이 마주 포개어진다.콩과 식물이라 열매가 다 익으면 살그락살그락 소리를 내며
시끄럽고 여성의 혀처럼 수다스럽다고 여설목이라고 부른다고.
자귀나무만 가지고도 할 말이 꽤 많다.오늘은 나무의 겉모습만 감상하자
서초동 몽마르뜨 공원에서 담아왔다.
이곳에서 나이든 여성 두 분이 나를 따라 다니며 이것저것 물어와서
대답해 주었더니 속이 시원하다며 즐거워 하였다.궁금한게 쑤욱 풀렸다고.
때죽나무,열매가 중들의 모자 쓴 머리를 닮았다고 때중나무라고도 불렀다나.
쪽동백나무보다 열매는 적다.열매의 기름으로 등잔불을 밝히기도 하고
머리기름으로 사용하기도 하고.열매의 독으로 동물용 마취제나
열매를 빻아서 냇물에 풀면 물고기가 때로 죽는다고 때죽나무라 불렀다는 설도 있고.
공해에 강해서 가로수로도 괜찮다고 들었다.한국산이 최고로 쳐준다나.
좀작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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