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산성에 가서/이상국
그해 가을 한계산성 깊이 들어갔다가
나무 이파리 덮고 누운 토끼의 주검을 보았다
희고 가늘게 육탈 된 뼈를
그의 마른 가죽이 죽어라고 껴안고 있었는데
그 검고 겁 많던 눈이 있던 자리에
어린 상수리나무가 집를 짓고 있었다
나무 뿌리가 조금씩
조금씩 몸속으로 들어올 때
그는 얼머나 간지러웠을까
내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생의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가
누군가에게 나를 내줘야 할 때가 온다면
나도 웃음을 참으며
나무에게 나를 내주고 싶다
벌레들에게 몸을 맡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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