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싸리꽃/최성수

능선 정동윤 2011. 9. 29. 06:58

싸리꽃/최성수

 

 

차락차락 물 끼얹는 소리

군침 꼴딱 삼키며

싸리나무 울타리에 눈 들이밀면

긴 머리 박속같은 몸매

하염없이 흘러내리던 우물물

 

내 또래 꼬마들 다닥다닥 달라붙어

훔쳐보던 그 살빛 고운 여자애

 

말라 잎 하나 없이 서 있던 울타리에

갑자기 피어난 보라빛

싸리꽃 한 송이

 

마흔 해 더 지난 어느 유월

숲길에서 다시 마주 친

싸리꽃 같던

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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