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콘돔전쟁/손택수

능선 정동윤 2011. 9. 30. 16:58

콘돔전쟁/손택수

 

 

걸프전 때도 그랬고

아프카니스탄 침공 때도 그랬다

사막에서 전쟁이 시작되면

콘돔회사 주가가 껑충 뛰어오른다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막이용

총구덮개로 콘돔이 힘을 쓰기 때문이다

주도면밀한 강간범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총열에 덮어씌운 콘돔

드르륵 드르륵 교성을 지르며

총알은 단번에 콘돔을 찢고 튀어나가

모래언덕 깊숙히 파고 들어가 박힌다

무진장의 석유를 애액처럼 핥아댄다

CNN을 타고 생중계되는 미국식 포르노

바지를 까내린 점령군들 허여멀건 엉덩짝

보이지 않도록

빙 둘러서서 망을 봐주고 있는 이십일 세기

뭔가 더 짜릿한 장면이 없나, 드르륵 드르륵

나는 충혈된 눈으로 밤새 채널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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