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정동윤
중환자실 철제 침대 위
아버지는 꺼지는 성냥불처럼
순간 환하게 밝았다 이내 어두워지셨다.
산소호흡기 위로 굴러떨어진 눈물
감긴 눈에 맺힌 갈망 내려다보며
얼른 종이와 볼펜을 쥐어 드리니
있는 힘 다해 적으셨다..
“식사”
배가 고프셨다.
몇 날 며칠 링거 방울만 드셨으니
얼마나 배가 고프셨을까?
공깃밥 두 그릇 비우실 때
데친 호박잎 된장에 찍어 드시고
또 풋고추 한 잎 크게 배어드시던 식욕이
몇 방울 물로 어떻게 버텼을까?
머나먼 길 힘내며 가시려고
고봉밥이 아니라
“식사”
한 상 크게 드시고 싶었는데...
볼펜 떨어뜨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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