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단풍잎 떨어지다 /산능선
불광역 근처 당단풍나무
가을 머금은 나뭇잎 하나
바람 타고 빙글 돌며
화려한 날 접었다.
낮 달의 사연 듣기도 하고
수액 올리던 시절 생각났지만
메마른 도로 헤매다
흔적없이 사라질 낙엽이 되었다.
티코 스치듯 지나치자
낙엽은 그 관심이 너무 겨워
손 저어며 쫓아가고,
시내버스의 거친 유혹엔
무작정 내닫다 주저앉기도.
하늘의 품격으로 살았기로
굵은 수맥 고생만 시켰기로
이제 놓아버린 인연
작은 바람에도 머물지 못한다.
일찍 떨어져도 나무 밑에 기다리면
금방 우수수 친구들이 몰려온다.
낙엽 쓸리는 소리 빗자루 소리
모두 모여 거름이 되자
혼자 뒹굴다 먼지가 되지 말고.
당단풍 나뭇잎
폭풍우도 견뎌냈던 여름에는 몰랐다
다가 올 가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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