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바람은

능선 정동윤 2013. 12. 29. 18:17

바람은

산능선

바람은
봉곳하게 빚어놓은 수리봉
직벽 비스듬히 서서
무너져 내리는 절망을 껴안고
논개처럼 뛰어 내리고 싶은 충동
낡은 등산화 끈에 간신히 묶어 두었다

부드럽게 능선 한바퀴 돌아
시내까지 내려 온 바람
밥벌이 못하는 젊은이
매연에 절은 땟국의 부랑자에게
희망 한번 속삭여 주지 못하였다.

바람이
깊은 계곡 빠져 나올 때는
뜨겁게 앓고 있는 약자의 분노
그 열기 어루만지려
시내까지 달려 왔지만
차라리 화염병의 불꽃 일구어
정치의 찌꺼기 활활 태우고 싶었다.

욕설이 난무하는
시가전에 지친 전경과
목이 쉬도록 외치는 농민들
애써도 벗어날 수 없는 번민과
죽창으로 찌르고 싶은 심정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없었다.
바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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