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기도/정채봉

능선 정동윤 2011. 8. 17. 09:13

기도/정채봉

 

 

쫓기는 듯이 살고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에 풍경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를 지켜보게 하소서

 

꾹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주시고

굳어있는 얼굴에는

소슬바람에도 어우러지는

풀밭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구절이 좋아

한참을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 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틈에 피어 난

민들레 한 송이에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왓장 이끼 한 낱에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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