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정채봉
쫓기는 듯이 살고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에 풍경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를 지켜보게 하소서
꾹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주시고
굳어있는 얼굴에는
소슬바람에도 어우러지는
풀밭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구절이 좋아
한참을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 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틈에 피어 난
민들레 한 송이에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왓장 이끼 한 낱에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양/허영만 (0) | 2011.08.17 |
---|---|
마음/곽재구 (0) | 2011.08.17 |
접시꽃 당신/도종환 (0) | 2011.08.17 |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류시화 (0) | 2011.08.17 |
완화삼/조지훈 (0) | 2011.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