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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떠나갈 때는/류시화

능선 정동윤 2011. 8. 17. 10:00

누구든 떠나갈 때는/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인 날은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들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론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 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날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을 잊으며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