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떠나갈 때는/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인 날은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들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론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 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날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을 잊으며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