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동맥 시술을 마치고-7월 5일
정동의 경향신문사가 보이는
병실에 누워 관상동맥에 관련된
내 심장 이야기의 일화를 마무리한다.
수술실인 심장 센터에 들어가기 전에
시술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고 있는데,
내 앞 시술자의 핏줄이 시멘트처럼
굳어서 의료팀이 고전하고 있다고
간호사가 귀띔해 준다.
앞 사람의 시술 시간이 의외로 길어져
나는 커튼으로 꽉 막힌 대기실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힘든 시간을
막막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담당 간호사는
내가 두려움에 힘들까 바 수시로
앞 상황을 알려준다.
앞의 담당 의사분이 내 주치의이시니
내가 초조해 할까 바 걱정이 되어서다.
간호사에게 난 정신력이 강하니
걱정하지 마라. 일러주고 나의 상황은
간단하며 빨리 끝날 수 있다고
여유로운 척하였다.
한 50분 가량의 긴 시간이 흘렀다
내가 알고 있는 시를 혼자 고립된
이동식 침대 위에서 안쓰럽지만
생각나는 대로 떠올리며 읊조렸다
왜 기도보다 주문 같은 시를 외웠는지
나도 모르겠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각종 측정 기구와 장비가 가득 설치된 곳에서
오른팔의 부분 마취와 오른쪽 손을 고정하고
비닐 같은 홑이불로 온몸을 덮으니
기계음과 긴장한 의료진의 능숙한
손놀림과 둔탁한 소음들이 튀어나오며
준비는 조직적으로 진행되었다
팔목의 핏줄을 통하여 가는 철사가
내 몸으로 들어왔다. 가벼운 통증이
가슴을 압박하는 느낌이었다.
난 눈을 감고 견디며 또 주문처럼
시를 외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리고 눈을 뜨니 커다란 모니터가
눈앞에 보이며 내 몸의 혈관들이 뛰는
맥박에 맞추어 피를 뿜어내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번지점프 하는 기분으로
시술의 전율을 즐겨보자.
의료진의 암호 같은 말소리를 들으며
모니터의 화면에 의식을 집중하였다
가슴 압박감도 이젠 익숙해지고
분위기가 막판으로 흐르는 듯하였다.
수술실의 긴장도가 훨씬 줄어든 듯
여유로움이 감지되었다.
시술을 책임진 이종영 주치의가 와서
상황 종료를 알려주고 굳이 외부의
스텐트를 시술하기보다 약물치료로
관리하자고 하신다. 부작용도 줄고
몸도 편할 수도 있다고 하시며 성질
급한 의사라면 스텐트 할 수도 있지만
천천히 아스피린 계열로 다스려보자고
쉽게 설명해 주신다
나로서는 고맙기 그지없는 처방이었다
그저 팔목에 주사 한 번으로 상황이
종료되고 의사의 시술 후 추가로
운동 등을 맘껏 해도 좋다고 하면서도
지나치게는 하지 말라는 단서에
지나침의 기준을 여쭈어보니
등산을 하며 정상까지 뛰어가는 정도,
땀이 뻘뻘 흘리며 운동장을 좌충우돌
정신없이 뛰는 정도의 축구라는 말에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
회복실에 누워 이동을 기다리는데
간호사가 다가와서 시술이 말씀대로
잘되었다며 격려해 준다.
또 건강해 보여서 그럴 줄 알았다고.
병실로 오니 모두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아 고마웠다.
낼 퇴원하면서 경교장에 들러
백범 선생님도 만나뵙고 가야지.
내일 오후에 숲해설이 있지만
동료에게 부탁하고 휴식을 취하련다.
단 나흘 간의 내 심장이야기가
이렇게 행복하게 끝이 나고
나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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