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손을 씻는다/황지우

능선 정동윤 2011. 8. 19. 14:35

손을 씻는다/황지우

 

 

하루를 나갔다 오면

하루를 저질렀다는 생각이 든다

내심으로는 내키지도 않은 그 자와도

흔쾌하게 악수를 했다

이 손으로

만져서는 안 될 것들을

스스럼 없이 만졌다

의수를 외투 속에 꽂고

사람들이 종종걸음으로 사라지는

코리아나 호텔 앞

나는 공동정범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가 없었다

비누로 손을 씻는다

비누가 나를 씻는 것인지

내가 비누를 씻는 것인지

미끌미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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