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삐용-영화 사회학/유하
아침 티브이에 난데없는 표범 한 마리
물난리와 북새통을 틈타 서울대공원을 탈출했단다
수재에 獸災가 겹쳤다고 했지만, 일순 마주친
우리 속 세 마리 표범의 우울한 눈빛이 서늘하게
내 가슴 속 깊이 박혀버렸다.한순간 바람같은 자유가
무엇이길래,잡히고 또 잡혀도
파도의 아가리에 몸을 던진 빠삐용처럼
총알 빗발친 폐허의 산 속을 택했을까
평온한 동물원 우리 속 그냥 남은 세 명의 드가
그러나 난 그들을 욕하지 못한다
빠삐용, 난 여기서 감자나 심으며 살래
드가 같은 마음이 있는 곳은 어디던
동물원 같은 공간이 아닐까
친근감 넘치는 검은 뿔테안경의 드가를 생각하는데
저녁 티브이 뉴스 화면에
사살 당한 표범의 시체가 보였다
거봐, 결국 죽잖아!
티브이 우리 안에 갇혀 있는 , 내가 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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