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고진하
우리집 뜰의 감나무
저 나무는 온종일 햇빛 목걸이를 걸치고 있어
밤이 되면 그 목걸이 미련없이 벗어주고
잎새마다 달빛 팔찌를 걸치고 있다네
비 오는 날이면 빗방울 보석
함박눈 내리는 날이면 함박꽃 장식이 그럴듯 하지만
우리집 뜰의 감나무
제 몸에서 피워 낸 진초록 잎새와 흰 꽃과
열매만으로도 만족의 예술이라네
가을이 깊어져 잎새들 다 떨어지고
까치밥 몇 개만 매달려 있어도
그 환한 빛
인간이 켜 둔 어떤 등불보다 밝네
우리집 뜰의 감나무
오늘 나는 그 환한 빛의 사원에 까치밥으로
대롱대롱 매달리고 싶네
나를 통째로 내주고도 넉넉한
만족의 예술가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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