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감나무/고진하

능선 정동윤 2011. 8. 30. 13:20

감나무/고진하

 

 

우리집 뜰의 감나무

저 나무는 온종일 햇빛 목걸이를 걸치고 있어

밤이 되면 그 목걸이 미련없이 벗어주고

잎새마다 달빛 팔찌를 걸치고 있다네

비 오는 날이면 빗방울 보석

함박눈 내리는 날이면 함박꽃 장식이 그럴듯 하지만

 

우리집 뜰의 감나무

제 몸에서 피워 낸 진초록 잎새와 흰 꽃과

열매만으로도 만족의 예술이라네

가을이 깊어져 잎새들 다 떨어지고

까치밥 몇 개만 매달려 있어도

그 환한 빛

인간이 켜 둔 어떤 등불보다 밝네

 

우리집 뜰의 감나무

오늘 나는 그 환한 빛의 사원에 까치밥으로

대롱대롱 매달리고 싶네

나를 통째로 내주고도 넉넉한

만족의 예술가이고 싶네.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마경덕  (0) 2011.08.30
고로쇠나무/마경덕  (0) 2011.08.30
치자꽃을 보며/박봉구  (0) 2011.08.30
감꽃/송수권  (0) 2011.08.30
오월 소식/정지용  (0) 2011.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