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김중식
사랑이 고통일지라도 우리가 고통을 사랑하는 까닭은
고통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감내하는 까닭은
몸이 말라 비틀어지고
영혼이 까맣게 탈진할수록
꽃 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지속적인 냄새를
피우기 때문이다
꽃 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집요한 냄새를 피우기까지
우리의 사랑은 의지이다
태풍이 불어와도 떨어지지 않는 모과
가느다란 가지 끝이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의지의 사랑이다
오, 가난에 찌든 모과여 망신(亡身_의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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