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모과/김중식

능선 정동윤 2011. 9. 14. 13:33

모과/김중식

 

 

사랑이 고통일지라도 우리가 고통을 사랑하는 까닭은

고통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감내하는 까닭은

몸이 말라 비틀어지고

영혼이 까맣게 탈진할수록

꽃 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지속적인 냄새를

피우기 때문이다

 

꽃 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집요한 냄새를 피우기까지

우리의 사랑은 의지이다

태풍이 불어와도 떨어지지 않는 모과

가느다란 가지 끝이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의지의 사랑이다

 

오, 가난에 찌든 모과여 망신(亡身_의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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