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정동윤 2011. 9. 15. 15:42

집/김명인

 

 

새집들에 둘러싸이면서

하루가 다르게 내 사는 집이 낡아간다

이태 전 태풍에는 기와 몇 장이 빠지더니

작년 겨울 허리 꺾인 안테나

아직도 굴뚝에 매달린 채다

자주자주 이사해야 한 재산 불어난다고

낯 익히던 이웃들 하나 둘

아파트며 빌라로 죄다 떠나갔지만

이십 년도 넘게 나는

언덕길 막바지 이 집을 버텨왔다

지상의 집이란

빈부에 젖어 살이 우는 동안만 집인 것을

집을 치장하거나 수리하는

그 쏠쏠한 재미조차 접어버리고서도

먼 여행 중에는 집은 안부가 궁금해져

수도 없이 전화를 넣거나 일정을 앞당기곤 했다

언젠가는 또 비워주고 떠날

허름한 집 한 채

아이들 끌고 이 문간 저 문간 기웃대면서

안채의 불빛 실루엣에도 축축해지던

시퍼런 가장의

뻐꾸가 둥지 뒤지던 세월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