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구멍에 대하여/김종철

능선 정동윤 2011. 9. 15. 16:27

구멍에 대하여/김종철

 

 

우리들은 늘 죽어서 나온다

어떤 때는 반쯤 죽어서 나온다

그런 날에는 벼랑 아래 한없이 나가 떨어지듯

코를 골며 잠만 잤다

어디 그 뿐인가

세상의 참호 속에 들어갔다

나온 날에도

우리들은 반쯤 골병 들어서 나왔다

어떤자는 아예 죽어서 실려 나왔다

 

소녀경에 이르기를

구멍 속에 들어갔다 나올 때는

죽지 말고 꼭 살아서 나와야 된다고

당부 하였다

죽어도 죽지 않고 사는 법

소녀경이 내 나이 오십을 가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