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혼자라는 건 / 최영미

능선 정동윤 2011. 9. 16. 07:49

 

혼자라는 건 / 최영미

 

 

뜨거운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실비집 식탁에 둘러앉은 굶주린 사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식사를 끝내는 것만큼 힘든 노동이라는 걸

 

고개 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넘기는 법을

소리를 내면 안돼

수저를 떨어뜨려도 안돼

 

서들러

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허기질수록 달래가며 삼켜야 한다는 걸

체하지 않으려면

안전한 저녁을 보내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