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정동윤 2011. 5. 4. 09:08

혼자 생각/정동윤

 

지금 사는 동네가 재개발하면

이 거대 도시를 빠져나가

민들레꽃 무게로 살고 싶다.

굳이 노동 하지 않아도 좋다면

숲과 나무와 새와 곤충과 친해지고

아이들 찾아오면 삼겹살 굽고

이웃을 불러 술추렴도 하면서,

 

 

가을엔 보일러 약하게 틀어놓고

감자나 고구마 삶아 먹으며 연속극 봐도 좋고

모아 둔 애송 시집 들춰가며

밤늦도록 암송하며 지내기도 하고

가끔 여행 떠날 준비로

퉁탕거리며 작은 소란도 피우겠지만

아내와 마주 보며 웃기도 할 것이다

그런 날은 하루가

피곤한 줄 모르고 지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