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녹슨 자전거와 해바라기와 나/이경림

능선 정동윤 2011. 9. 16. 09:02

 

녹슨 자전거와 해바라기와 나/이경림

 

 

 

 

문간에는 녹슨 자전거가 있었습니다

 담 너머 해바라기들이 일렬로 서 있었습니다

 해는 中天에서 떠서 中天으로 졌습니다

 안장에 中天을 앉히고 자전거가 해를 보고 있었습니다

 정수리에 까맣게 제 씨를 심은 해바라기들이 해를 보고 있었습니다

 우물 같은 가마 하나를 정수리에 몰래 이고 내가

 빈 항아리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녹슨 자전거가 선 채로 오후 두시 속으로 날아갈 때

 어떤 것도 흔들지 않는 바람이 일었습니다

 해바라기들이 한꺼번에 노랗게 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