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물 위에 물 아래/최승호
능선 정동윤
2011. 9. 16. 10:12
물 위에 물 아래/최승호
관광객들이 잔잔한 호수를 건너갈 때
수부(水夫)는 시체를 건지며
호수 밑바닥으로 내려가
호수 밑바닥에 소리없이 점점 불어나는
배때기가 뚱뚱해진 쓰레기들의 엄청난 무덤을,
버려진 태아와 애벌레와
더러는 고양이도 개도 반죽된
개흙투성이 흙탕물 속에
신발짝, 깨진 플라스틱통, 비닐조각 따위를 먹고 배때기가
뚱뚱해진 쓰레기들의 엄청난 무덤을,
갈수록 시체처럼 몸집이 불어나는 무덤을
본다 폐수의 독에 중독된 채
창자가 곪아가는 우울한 쇠우렁이를
물 가에 발생했던 문명이
처리되지 않은 뒷구멍의 온갖 배설물과 함께
곪아가는 증거를
호수를 둘러싼 호텔과 산들의 경관에
취하면서 유원지를 향해
관광객들이 잔잔한 호수를 건너갈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