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탄천/이시영
능선 정동윤
2011. 9. 16. 10:23
탄천/이시영
탄천은 흐른다
이제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길을
장마철이면 서울특별시장의 위험경고나 받으며
도시의 온갖 쓰레기와 흙탕물을 배 위로 드러낸 채
송사리 가재가 살고
둑 위로 달래와 쑥이 파릇하면
별말 대청말 농부들이 맛나게 두렛밥을 먹고는
억센 팔로 물꼬를 터
언덕 위 무성한 오이밭을 적시던 시절이 있었지
그 시원한 농사꾼들은 다 어디로 갔나
독한 농약으로 눈을 뜰 수 없고
사방으로 쏟아내는 폐수에 팔이 저리지만
검은 얼굴을 들어 다시 한번
힘차게 흐르고 싶다
흘러 넘쳐 깡통과 누더기와 비닐하우스의 땅을 뒤엎고
순박한 땅의 살결을 만나고 싶다
아무도 나를 기억해 주지 않고
내가 여기 부글부글 끓고 있는지를 모른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