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얼레지/김선우
능선 정동윤
2011. 9. 16. 12:48
얼레지/김선우
옛 애인이 한 밤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자위를 해 본 적 있느냐
나는 가끔 한다고 그랬습니다
누구를 생각하며 하느냐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랬습니다
벌 나비를 생각해야만 꽃이 봉우리를 열겠니
되물었지만, 그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얼 레 지.....
남헤 금산 잔설이 남아있는 둔덕에
딴딴한 흙을 뚫고 여린 꽃대 피워내던
얼레지꽃 생각이 났습니다
꽃대에 깃드는 햇살의 감촉
해토머리 습기가 잔뿌리 간질이는
오랜 그리움이 내 젖망울 돋아나게 했습니다
얼레지 꽃말은 바람 난 여인이래
바람이 꽃대를 흔드는 줄 아니?
대궁 속의 격정이 바람을 만들어
봐, 두 다리가 풀잎처럼 눕잖니
쓰러뜨려 눕힐 상대 없이도
얼레지는 얼레지
참숯처럼 뜨거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