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이상국

능선 정동윤 2011. 9. 17. 09:25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이상국

 

 

이 작두날처럼 푸른 새벽에

누가 나의 이름을 불렀나

 

개울물이 밤새 닦아놓은 하늘로

일찍 깬 새들이

어둠을 몰고 날아간다

 

산꼭대기까지

물 길러 올리느라

나무들은 몸이 흠뻑 젖었지만

햇빛은 그 정수리에서 깨어난다

 

이기고 지는 사람의 일로

이 산 밖에

삼겹살 같은 세상을 두고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

나는 벌레처럼 잠들었던 모양이다

 

이파리에서 떨어지는 이슬이었을까

또 다른 벌레였을까

이 작두날처럼 푸른 새벽에

누가 나의 이름을 불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