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북어/김종길

능선 정동윤 2011. 9. 19. 13:44

북어/김종길

 

퇴근길 무던히 지쳐

버스에서 내려서 접어든 골목,

 

과일가게며 채소가게며 생선가게 앞

길바닥에 앉아 순대나 콩나물을 파는 아주머니들

손수레를 세워놓고 강냉이를 튀기며 솜사탕을 말아내는

아저씨들

 

벌어 먹고 사는 길도 가지가지

나는 교실에서 손에는 책과 백묵을 들고

입으로는 연신 지껄여대며, 때로는 유식한 서양말도 섞어가며,

 

별 것도 아닌 물건을 자랑하며 외쳐대는

저 넉살좋은 장사꾼처럼 신나게 떠드는 것으로

월급도 받고 상여도 받고 곧잘 살아가고 있다.

 

노동력도 상품이라면

나 자신이 바로 상품이 아닌가!

정년을 코앞에 두었으니, 그것도 폐품 직전의 상품

 

저 생선가게가 팔다 남긴,

꽂이에 꿰인 비쩍 마른 북어

그 감지도 못한 흐릿한 눈깔에 얼비친

 

겨울 하늘 

찬바람 이는

해질녘 겨울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