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목숨의 함정/허만하
능선 정동윤
2011. 9. 19. 13:49
목숨의 함정/허만하
뼈가 강바닥에서 헤엄치는 것을 보았다
머리뼈와 척추골과 갈비뼈만으로
서로 밀치락거리며
멀고먼 시간의 물이랑을 거슬러온 연어들
분홍빛 진주알 위에
뿌연 연기 같은 정액을 뿌리고
자갈바닥 위에 쓰러지는 최후의 몸부림
북태평양의 물내를
아득한 별빛보다 먼 길을
물의 이불은
조용히 덮는다
돌아오라! 돌아오라!
사랑도 적의도 없는
이곳으로 돌아오라
시간의 감옥을 벗어나는
목숨의 자유
풍경에 대한 그리움
노을빛 그리움만으로
돌바닥에 살을 찧는
순결한 몸놀림
아름답다
사라지는 것은 아름답다
시에서 언어가 떠난 뒤의 빈 숲은
아름답다
산의 모습은
노을이 부서지는
엷은 물의 주름이 되어
천천히 하류로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