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 따라라라라라/ 치~ 스쿠스쿠스쿠/ 쓰릅 쓰릅 쓰~릅.” 곤충분류학자 이영준(47) 박사는 매미에 푹 빠진 매미 전문가다. 수원 농촌진흥청 응용곤충학회에서 만난 이 박사는 국내에 서식하는 각종 매미의 울음소리를 똑같이 흉내내며 미소지었다.
“초등학교 1, 2학년 때부터 메뚜기, 물방개, 미꾸라지, 개구리 같은 것을 잡고 놀았어요. 그때부터 매미는 선망의 대상이었어요. 쉽게 잡을 수 없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그게 4학년 때였는데, 친구가 제게 매미를 한 마리 잡아줬어요. 와~! 탄성이 절로 나왔죠. ‘나도 매미를 잡을 수 있겠구나’ 자신감이 생긴 거예요. 그때부터 신나게 잡으러 다녔죠. 한꺼번에 20~30마리씩 잡아다가 집안에서 일제히 확 풀어주기도 하고, 각 손가락 사이사이마다 매미를 끼고 다니면서 매미 울음소리를 흉내내고 그랬어요. 오죽했으면 친구들이 저를 살인자에 빗대 ‘살매자’라고 놀렸겠습니까?”
지금까지 발견된 매미는 세계적으로 2000종 가량. 이 박사는 “동남아 산지나 남미 등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매미가 상당히 많다”며 “미발견종을 포함해 추산할 경우, 지구상엔 4000종 가까운 매미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15종의 매미가 있습니다. 이 중 두눈박이좀매미란 것은 북한에만 살지요. 또 깽깽매미란 놈은 학계에 보고된 바는 있습니다만, 현재 한반도 서식 여부가 재확인되지 않은 의문종입니다.”
땅속에서 17년 만에 나오는 매미도
이 박사는 매미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관해 이야기했다. “일반적으로 매미는 6~7년간 땅속에서 애벌레로 있다가, 성충이 되면 밖에 나와 1주일 만에 죽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애벌레가 땅속에서 지내는 기간은 1~2년, 3~4년, 5~6년 등 종에 따라 차이가 많습니다. 어떤 녀석은 무려 17년간이나 땅속에 있다가 나오기도 합니다. 성충으로 보내는 시간도 1주일이 아니라 2~4주 가량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박사의 이야기가 북미 대륙에 살고 있는 ‘주기매미(periodical cicada)’에 관한 것으로 옮겨졌다. “이 녀석들은 좀 특이한 녀석이에요. 17년짜리와 13년짜리, 크게 2종류로 나뉘는데, 정확하게 17년(13년짜리는 13년) 만에 성충으로 탈바꿈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이유로는 ‘천적을 따돌리기 위한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일단 매미의 천적 중엔 수명이 17년씩 되는 것이 거의 없으니까요. 먹고 살기 위해서 그렇게 진화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수많은 애벌레가 일제히 수액을 빨아먹으면 나무가 죽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애벌레는 먹이를 잃게 되는 셈이니까, 나무도 살리고 매미도 살려면 수액을 조금씩 먹어야겠죠. 섭취하는 영양분이 적으니까 성장이 느려지고, 그러다 보니 양분을 섭취하는 기간이 다시 길어지게 되는 것이죠. 또 다른 이유는 일종의 인해전술입니다. 포식자에게 희생되는 비율을 줄이려면 한꺼번에 많은 개체가 발생하는 것이 아무래도 유리하겠죠.”
이 박사는 주기매미에 대해 “한번 나오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수가 나온다”며 말을 이었다. “17년 만에 성충이 되는 것이잖아요. 그러니 그 수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주기매미가 나오는 해에는, 인근 지역이 완전히 매미로 뒤덮이고 죽은 매미가 산더미같이 쌓이곤 합니다. 개체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예요. 수백만~수천만 마리에 달합니다. 곤충 관련 다큐멘터리에 이 광경이 가끔 소개되곤 합니다.”
벙어리 매미는 암매미
이 박사는 “요즘 들어 매미 울음소리가 커졌다고 느끼는 것 역시 오해”라고 말했다. “우는 매미는 모두 수컷입니다. 암컷을 끌어들이기 위한 행동이죠. 경쟁자인 다른 수컷에게 접근하지말라고 보내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숫매미는 발성기관에서 만든 소리를, 텅 빈 뱃속에서 증폭시켜 큰 소리를 냅니다. 하지만 암컷의 배는 발성기관 대신, 산란에 필요한 조직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소리를 낼 수 없죠. 흔히 말하는 ‘벙어리 매미’란 암매미를 일컫는 말입니다. 숫매미는 종족을 번식하기 위해 어디서나 최선을 다해 웁니다. 자동차 같은 도심의 소음을 이겨내기 위해 더욱 크게 운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요즘 들어 엄청나게 시끄러워진 매미의 울음소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박사의 답이 이어졌다. “그것은 말매미 수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다른 종은 대체로 울음소리가 약하고 음악적이어서 소음처럼 느껴지지 않지만, 말매미는 울음소리가 날카롭고 격렬하기 때문에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울어대면 견디기 힘든 소음으로 들리죠.”
이 박사는 말매미가 급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말매미는 분포범위도 넓고 번식력도 강합니다. 이 녀석들이 터를 잡고 있는 지역엔 다른 매미들이 비집고 들어오지 못합니다. 그런데 왜 말매미가 늘어났느냐? 아파트 등 각종 공사가 늘어나면서 도심이 파헤쳐졌고, 그래서 다른 매미가 떠난 지역을 재빨리 말매미가 차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중구·종로구처럼 오래된 지역엔 말매미 대신 참매미가 번성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합니다. 말매미의 급증은 최근의 온난화 현상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말매미는 원래 남방계열이거든요. 게다가 이 녀석들은 플라타너스를 특히 좋아합니다. 그리고 도시의 아파트 단지에는 플라타너스가 많이 심어져 있죠. 물론 발달된 현대문명의 영향도 있습니다. 매미는 원래 밤엔 울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곤충인데, 전깃불로 인해 밤의 조도가 높아지면서 밤을 낮으로 착각한 탓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