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야기

은행나무가 주는 교훈

능선 정동윤 2011. 9. 20. 00:02


은행나무가 주는 교훈

 

 

글쓴이 : 최한수


콩 팥이 나쁘면 손발이 붓고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신장은 뱃속에 있고 눈과 발은 밖에 나와 있는데 마치 서로가 뭔가를 위해

같이 노력하는 것 같다.

오장육부가 서로 떨어져 있기는 하나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돕고 사는

관계이기 때문에 서로를 떨어뜨려서는 생명 유지라는 모두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간이 살고 있는 지구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요즘 유행을 타고 있는 ‘환경’이란 말이 있다.

교과서적으로 따지면 환경은 바위, 흙, 바람, 물과 같은 무생물적 요인과

동물, 식물, 미생물과 같은 생물적 요인으로 나뉜다.

그러나 이것들의 관계는 오묘해서 인간의 몸과 같이 끊임없이 뭔가를

주고받으며 거대한 생명처럼 움직인다.

지구를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생각하자는 것이 ‘가이아 이론’이다.

복잡한 ‘가이아 이론’을 집어치고라도 몇 가지 예에서 생태계는 서로가

지구를 살려내기 위하여 공존하는 공동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 가로수로 흔하게 심고 있는 은행나무는 먼 옛날 공룡과 함께

살던 식물이다. 한때는 공룡과 함께 전 지구에 번성하였지만,

지금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일본, 중국 등지에서밖에 볼 수 없는식물이다.

진화론으로 유명한 다윈이 ‘살아있는 화석’이라 칭할 만큼 귀한 나무이며,

지구의 역사를 지켜 온 나무이다.

그러면 은행나무는 왜 이렇게 쇠퇴한 것일까 ?

은행이 지구상에 처음 나타난 것은 3억5천만년 전인 고생대부터이다.

이 지구상에 처음으로 식물이 모습을 나타낸 것은 약 15억 년 전인데

당시에는 단순한 구성의 균류나 풀 종류가 서식하는데 불과했다.

그것이 진화하여 이끼류나 양치류가 되고 고생대 중엽에 이르러 현재의

육상생활을 시작했다.

그 다음에 출현한 것이 은행, 소철 등의 겉씨식물이다.

중생대는 공룡이나 암모나이트의 시대로 고생대로부터 서식해 오던

은행나무는 최대의 전성기였다. 1억5천만년 전의 중생대 쥬라기 시대의

은행나무는 그 화석이 아메리카 서부, 알래스카, 캐나다, 그린랜드,

시베리아, 영국, 오스트리아, 중국, 일본 등 거의 전세계에서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약 6천만년 전부터 은행나무는 일본과 한반도, 중국대륙을

제외하고는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공룡이나 암모나이트도 동시에 지구상에서 멸종돼 버렸다. 은행나무와 공룡,

그들은 어떤 관계에 있었기에 멸종이라는 같은 운명에 처한 것일까 ?

은행나무는 산 속에선 볼 수 없다.

결국 인간이 심어 논 가로수 외에는 스스로 살아남은 것이 한 그루도 없다는

것이다.

1,000년이 넘었다는 용문산 은행나무도 매년 수백 가마의 은행이라는 씨앗을

남기면서도 자손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참 이상한 일이다.

나무가 씨앗을 맺어 종족을 번식시키고 세상에 퍼트리는 자연의 이치이건만,

은행나무는 자손을 못 퍼 트리고 대가 끊기고 있다.

여기에 한가지 비밀이 있다. 은행(銀杏)이라 불리는 은행나무 열매는 익으면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것으로 둘러 쌓여 있다.

이것이 은행나무의 번식을 막아 새싹을 못 틔우게 하고 있는 것이다.

식물은 종자를 널리 퍼뜨리기 위해 색깔이 좋고, 맛있는 과일을 만들고

그것이 동물에게 먹혀 동물의 움직임을 따라 널리 퍼져 나간다.

토마토, 참외, 수박의 씨앗도 반드시 동물의 소화기관을 거쳐 씨를 싸고

있는 물질이 없어져야만 싹을 틔울 수 있다.

결국 은행나무는 자기 씨앗을 먹고, 배설을 해서 씨앗을 널리 퍼뜨려 줄

동물이 이 지구상에 없는 것이다.

그 일은 초식공룡이 해왔을 거라 믿고 있다.

그러므로 공룡의 멸종과 함께 은행나무도 멸종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러나 은행은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적어 매우 높은 값에 거래되며,

식용, 약용으로 가치가 높아 시급히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품목이며

세계로 수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황금나무이다.

많은 노동력과 까다로운 기술이 없어도 누구라도 재배할 수 있으며

한번 심어 놓으면 자자손손 수확할 수 있는 경제성 높은 귀중한 자원으로

일본, 중국, 한국 등지에서 은행나무를 즐겨 심은 덕분에 이 땅에서

은행나무를 구경할 수 있는 것이고,

은행나무도 아직 지구를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은행나무와 공룡의 예처럼 지구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 되어있고,

서로 양보하고 도와주는 공존관계에 있는 것이다.

인간이 마치 지구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것 같이 행동하고 있다.

인간 역시 지구 공동체의 한 일원에 불과하다.

‘Homo sapiens’란 학명을 가진 단순한 생물 종(種)인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가 생태계와의 인연을 끊고 혼자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인류 멸종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자연 법칙에 순종하고, 다른 생명체에게도 자리를 양보하는 미덕,

이것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에티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