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관악산 회양목

능선 정동윤 2011. 5. 18. 14:21

 

 

관악산 회양목/정동윤

 

함께 간 누구도 감동을 하지 않았다.
나도 흐르는 물처럼 지나칠 뻔했다.
계곡의 바닥에 자리를 펴고 길게 누워
언덕바지 위 하늘을 바라보다
웬 산초나문가 하며 가까이 본 뒤
너 관악산 회양목임을 알고
보고 또 보며 얼마나 감동을 하였는지.

 

철 따라 화려한 꽃을 피우지 않지만
바닥에 엎드려 길 안내나 하고 있지만
동네 강아지들 넘나들지 못하게
팔이나 벌리며 깍두기 머리하고 있지만
너의 조상은 이 나라의 대표였다

 

그냥 그렇게 어디서나 보이는 흔한 나무이지만
이곳 관악산 자락에서 본 너의 모습은
비로소 인간보다도 높은 키를 하고
가슴을 활짝 펴고 그림자 나누어 주며
여유롭게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있구나

 

기다리는 일은 너를 당할 자 없기에
이파리에 붉은 햇살을 찔러 넣고
긴긴 혹한 차갑게 견디지 않았는가
살아남기 위해 잎은 또 얼마나 줄였는가
너를 만난 감동 잊을 수 없구나.

 

관악산 계곡의 키 큰 회양목.
밀려오는 외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철 토종의 품격 간직하며
'극기와 냉정' 참모습 보여주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