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거리가 우주를 장난감으로 만든다/성찬경

능선 정동윤 2011. 9. 20. 15:13

거리가 우주를 장난감으로 만든다/성찬경

 

 

알맞게 구름이 끼어 있으면

해도 잘 익은 감 정도여서

오래 보며 놀 수 있다

사실은 지구에서 해까지

광속으로 8분 걸리는 거리 덕택으로

해가 저렇게 예뻐 보이는 것이다

 

개동벌레의 정기총회 같은

하늘의 별자리

구경치곤 세상에서 으뜸이다

그러나 저 별자리까지의 엄청난 광년의 거리가 있기에

무시무시한 불덩어리들의 모임이

저러한 신비의 향연이다

 

거리만 있다면야

장비도 골리앗도 무서울 게 없다 

막 푹발한 성운의 사진이

영혼의 심부까지 스미는 추상화다

직업화가를 난처하게 만드는

거리가 있기에 우주 구석구석이 서로 재미있는 장난감이다

인간둘레

무량광명

거리가 자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