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거름 보시/이성선

능선 정동윤 2011. 9. 20. 19:49

거름 보시/이성선

 

 

새벽 세 시는 되었을까

술이 지나쳐

방구석에 아무렇거나

쓰러져 자다가

깨어 마당에 나가

참지 못해 내갈기는 오줌발

 

그런 내 앞에

질펀하게 깔린 동해 바다쪽으로

하늘에서 궁둥이를 내려까고

늦은 달아, 너는 지금

무얼하고 있느냐

 

너도 술이 덜 깨어

얼굴 붉게 상기된 채

바다 가까이 내려앉아

부끄러움도 잊고

오줌 누고 있구나

 

낙산사 바다엔

너와 나의 거름 보시로

붉게 피어난 홍련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