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지는 해 좋다/나태주

능선 정동윤 2011. 9. 21. 09:19

지는 해 좋다/나태주

 

 

지는 해 좋다

볕 바른 창가에 앉은 여자

눈밑에 가늘은 잔주름 만들며

웃고 있다

 

이젠 서둘지 않으리라

두 손 맞잡고 밤을 세워

울지도 않으리라

 

그녀 두 눈 속에 내가 있음을

내가 알고

나의 마음 속에 그녀가 살고 있음을

그녀가 안다

 

지는 해 좋다

산 그늘이 또 다른 산의 아랫도리를

가린다

 

그늘에 덮이고 남은

산의 정수리가

더욱 환하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