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칸나/이문재

능선 정동윤 2011. 9. 21. 13:53

칸나/이문재

 

 

따뜻하게 헤어지는 일이 큰일이다

그리움이 적막함으로 옮겨간다

여름은 숨가쁜데, 그래

그리워 하지 말자, 다만 한 두 번쯤

미워할 힘만 남겨두자

 

저 고요하고 강력한 반란

덥지만 검은 땅 속 뿌리에 대한

가장 붉은 배반, 칸나

 

가볍게 헤어지는 일은 큰일이다

미워할 힘으로 남겨둔

그날 너의 얼굴빛이 심상잖다

내 혀, 나의 손가락들 언제

나를 거역할 것인지

 

내 이 몸 구석구석 붉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