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나무들의 투쟁/정동윤

능선 정동윤 2011. 9. 24. 00:08

나무들의 투쟁/정동윤

 

법원 뒷산에서

상수리나무와 소나무의 투쟁을 보았다.

처음엔 소나무가 먼저 자리 잡았던 곳

이제 상수리나무에 포위되어

소나무는 어깨 좁히며 하늘만 쳐다본다.

머지않아 그 하늘마저 막힐 것 같다.

그 아래 단풍나무가 기막히다.

음지를 싫어하지 않는 단풍나무는

더불어 사는 법을 아는 변신의 귀재다.

욕심껏 햇볕을 추구하지 않고

결코 높이로 상대를 제압할 생각도 없이

자신의 삶을 화려하게 수놓을 줄 안다.

옛사람들은 지조 없는 나무라고

궁을 짓는데 쓰지 않았다고 한다.

 

법원엔 인간들이 송사

뒷산엔 나무들의 투쟁

공원 나무를 화해시킬 서초구청은

태풍에 넘어진 벚나무 수습에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