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배롱나무 2./정동윤

능선 정동윤 2011. 9. 24. 00:11

배롱나무 2./정동윤

 

 

 

남쪽지방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첨엔 좀 썰렁했지만

옷매무새나 잔잔히 미소를 머금은 태도로 볼 때

기품이 떨어지진 않았어요.

서울의 날씨가 혹독하게 추울 땐

몇 겹으로 몸을 감싸며

바뀐 환경을 견디어 내었지요.

봄철에 잠깐 동안 열정을 태운 뒤

이내 잠잠해지는 이웃들과는 달리

그 더운 여름에도 지치지 않고

100일 이상 불을 피우며

주위를 환하게 해 주었어요.

지방 출신이라는 편견은

성실한 품성과 매끈한 외모,

긴팔로 포옹하려는 자세와

늘 미소를 띠우는 온화한 모습에

친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 없었어요.

이제는 서울에서도 자리를 잡아

여기저기서 자주 보게 되었지요.

올해 당신을 알게 되어 참 즐거웠습니다.

배롱나무님,

별명이 나무백일홍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