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등508회
한동안 북아등의 등불을 끄고 지냈다.
그러는 사이에 북아등은 300,400 회 차수를 늘렸고
등불을 켜는 친구들도 꽤 바뀌었다.
그러나 참가자는 횟수와 달리 점점 줄어들었고
드디어 혼자 산행을 하는 경우도 생겼다.
요즘 다시 북아등에 참가하여 횟수를 늘리며
북아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일요일을 기다린다.
일주일의 5일은 일하고 하루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나머지 하루는 북아등에 참가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산에서 막걸리 한 잔 하며 중얼거린다.
"한 잔은 떠나버린 너을 위하여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그리고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조지훈의 시 사모에서)
북아등을 떠나 있으면서 그렇게 그리워하였던 북한산의 그 불빛을 다시 켜며
북아등 등불을 끄고 지내는 친구들이 언젠가 나처럼 다시 돌아오길 기대한다.
북아등에서는 찾아 올 분명한 누구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누군지 모를 누구를 기다리는 막연함이 있다.
마치 화투 패를 뒤집는 묘한 기다림 있다.
8시 정각까지,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5분을 추가하고
그 5분의 깊고 따스한 사랑이 적막으로 옮겨가면
오지 않는 하얀 기다림은 인도의 벽돌 틈에 끼여 흔적없이 밟혀 버린다.
적막을 뚫고 바위와 나무, 새와 들풀이 기다리는 혼자의 산행이 시작된다.
어떤 동호인 모임으로 여럿이 불광동을 출발하는 사람들 중에 붙임성 있어 보이는
중년 여성이 혼자 산행하면 외롭지 않으세요 하고 묻는다
"산이 있는데요,뭘."(이것도 어디서 읽은 것이다)
동문서답했다. 요즘 말귀도 못 알아 듣는 것 같다.
그러나 혼자하는 산행이 아니다. 산 속엔 많은 친구가 있다.
오늘은 그들 중에 나무와 들풀 이야기는 접어두고
주위에서 흔히 들리는 새소리를 적어볼까
뻐꾸기.까치,참새,비둘기,까마귀,제비 정도는 생략하고.
곤줄박이는 쓰쓰 삐아,쓰쓰 삐아
박새는 찌쮸 쯔르르르
우리 아파트에도 있는 직박구리는 삐이요 삐이요 삐삐
동고비는 쯔우이,쯔우이(경계시),피잇,피잇.피잇,삐삐삐삐삐
어치는 과악과악
쇠박새는 쯔쯔삐이 쯔쯔삐이,삐이삐이
찌르레기는 찌르 찌르릇,큐킷
검은등뻐꾸기는 카,카,카,코/ 홀,딱,벗.고/호호호 호
이 정도만 기억하여도 등산을 하거나 산책을 할 때
새들의 소리를 듣고 무슨 새인지 대충은 알 수 있다.
다만 이걸 안다고 돈이 되지 않는다.그저 이름 모를 산새의 수준은 벗을 정도.
사실 나는 돈 되는 일보다 돈이 안되는 일에 관심이 더 많다.(근모 지적사항)
돈은 너희들이 많이 벌어라.
병꽃나무의 꽃이 노랑에서 붉게 변해가고
산딸나무의 하얀꽃받침이 꽃보다 화려한 북아등 508회 산행
불광동에서 대남문까지 혼자 잘 다녀왔습니다.
현득이 아들 결혼식장에서 규진이와 성호가 등산복 차림으로 와 있었다.
10시에 간단히 북한산 산행하고 왔다고 한다.
-정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