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병꽃/황동규

능선 정동윤 2011. 9. 24. 08:18

병꽃/황동규

 

 

아, 저 병꽃

봄이 무르익을 제

그 무슨 꽃보다도 더 자연스럽게

자주색으로도 피고

흰색으로도 피는,

모여서도 살고

쓸쓸히도 사는

허허로운 꽃

 

계획했던 일 무너지고 우울한 날

학교 뒷산을 약속없는 인사동처럼 방황하다가

그냥 만나 서로 어깨힘 빼고

마주 볼 수 있는 꽃

 

만나고도 안 만난 것 같고

안 만나도 만난 것 같이

허허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