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질투는 나의 힘/기형도

능선 정동윤 2011. 9. 25. 07:07

질투는 나의 힘/기형도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 두고

살아 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 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 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 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 둔다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니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