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노숙/김사인

능선 정동윤 2011. 9. 25. 22:21

노숙/김사인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 본다

생기 잃고 옹이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 뿐이다

또 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어찌하랴

좋던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에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리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