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홍릉에 가다
서울에서 다양한 수목을 찾아볼 수 있는 장소로 홍릉수목원은 참 좋은 숲이다.
어치나 박새,지바뀌과에 속하는 새들이 끊임없이 지저지는 곳,
다람쥐가 달리고 청설모가 공중으로 뛰어다니는 깊고 그윽한 숲에
한 시라도 빨리 달려가고 싶었다.
정오에 수목원 정문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나는 오전 10시 15분경에 홍릉에 도착하였다.
수목원에는 산림청에서 주관하는 청소년백일장 행사와 잔디밭의 결혼식 행사로
꽤 분주하였다.
오늘은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도 느끼며 수액에 멈춘 단풍빛깔도 즐겨 볼 참이다
계수나무...진하게 단풍이 들어 떨어진 나뭇잎을 모우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솜사탕 냄새가 진해서 방안이나 차안에 놓고 그 향을 즐기려고.
수수꽃다리...꽃말 '첫사랑의 아픔'이랫지요.역시 매끈한 잎을 살짝 깨물어 보니
지독하게 쓴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버드나무...나무에 독이 없어서 곤충들이 많이 모인다지요.
아스피린의 원료가 된다고 들었어요.가을에도 하늘거리는 모습은
술 취한 취객을 유혹하려는듯 매혹적이지요
주목....붉은 주목의 열매를 맛보았다.물이 많은 과즙이 톡 터지며 단맛이 났다.
씨앗은 독이 있다고 들었기에 뱉어내고..햄릿의 아버지 덴마크의 왕
'클로디어스'는 주목의 독으로 독살되었다지요...
중국단풍...씨앗이 무더기로 달려 있었고 그 씨를 한줌 훑어서 공중에 뿌려보니
씨앗들이 참 바람개비처럼 뱅그르르 돌며 날리다 떨어진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이다
꽃댕강나무의 화려한 모습, 낙상홍의 붉은 열매, 꽃단풍의 흔들리는 나뭇잎이
눈길을 잡아끈다.튤립나무의 위풍당당한 모습도 멋들어지고 남부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벽오동이나 호랑가시나무 바위남천등은 반갑고 또 반가운 나무들이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오랫동안 이 숲에 머물고 싶다.
무르익어가는 이 계절에 붉은 마음들과 노란 인정에 흠뿍 취하고도 싶다
12월 초순까지 주말에는 가을이 물드는 모습과 낙엽이 흐느끼는 소리와
다가올 겨울의 하얀 상고대와 흰눈이 덮힌 모습까지 바라보고싶다.
2009.10.24
-정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