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봄나무/이상국

능선 정동윤 2011. 9. 26. 09:23

봄나무/이상국

 

 

나무는 몹시 아팠다

눈보라에 상처를 입은 곳이나

빗방울들에게 얻어 맞았던 곳들이

오래 전부터 근지러웠다

땅 속 깊은 곳을 오르내리며

겨우내 몸을 덮히던 물이

이제는 갑갑하다고

한사코 나서고 싶어하거나

살을 에는 바람과 외로움을 견디며

봄이 오면 정말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했던 말들이

그를 못견디게 들볶았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의 헌데 자리가 아플 때마다

그는 하나씩 이파리를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