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오동나무 배
능선 정동윤
2011. 6. 19. 06:43
오동나무 배
-딸에게-
우리의 할아버지 때는몇 그루 심었단다.
혼수로 가져갈 가구 한 짝 만들
딸을 낳으면 뒤뜰에 오동나무 기 위해.
네가 태어났을 때 아빠는
서울의 변두리 좁은 연립주택에서
벅찬 가슴 한쪽에 오동나무를 심었단다.
언젠가 너를 태우고 떠날 배 한 척 만들려고.
초등학교 시절
너는 연약한 나무라고 깔보는 남학생들에게
곧고 단단한 오동나무처럼 굳세게 맞서며
귀여운 주먹마저 주저하지 않았었다.
이제 이 오동나무를 베야 할 때
결이 곱고 뒤틀리지 않은 우리 마음의 나무
올곧은 줄기와 생채기 난 옹이도 대패질하여
풍랑 이겨 낼 오동나무 배 한 척 만든다.
최첨단 오동나무 배에 하얀 면사포 돛을 달고
조팝나무 꽃잎의 물거품 날리며
넓은 바다로 나아가라
두 손 크게 흔들며 떠나거라
내 아이야,
신앙 깊은 유월의 신부야.
혹, 어두운 밤에 파도가 두렵고 막막해지면
자신의 꿈이 공기 빠진 풍선처럼 오그라들면
밤하늘의 북두칠성을 찾아라.
북두칠성의 열쇠 손잡이 부분을 검색하여
'아빠'라는 암호를 입력하여라.
하늘시 중구 은하동 별-625번지, 네모난 공간
아빠의 이름으로 등기해 둔 우주의 거점이다.
너에게 주마
너희의 꿈을 담아 보아라. 오동나무도 심었으면 좋겠다.
우리 가슴으로 만든 오동나무 배를 타고
북두칠성을 등대 삼아
거친 세상의 향기로운 배가 되어다오. 신랑아 신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