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폐광/신경림

능선 정동윤 2011. 9. 26. 14:01

폐광/신경림

 

 

그날 끌려간 삼촌은 돌아오지 않았다

소리개차가 감석을 날라 붓는 버력더미 위에

민들레가 피어도 그냥 추운 사월

지까다비를 신은 삼촌의 친구들은

우리집 봉당에 모여 소주를 켰다

나는 그들이 주먹을 떠는  까닭을 몰랐다

밤이면 숱한 움막에서 도깨비가 나온대서

칸델라 불이 흐린 뒷방에 박혀

늙은 덕대가 접어준 딱지를 세었다

바람이 복대기를 몰아다가 문을 때리고

낙반으로 깔려죽은 내 친구들의 아버지

그 목소리를 흉내내며 울었다

전쟁이 끝났는데도 마을 젊은이들은

하나하나 사라져서 돌아오지 않았다

빈 금구덩이 에서는 대낮에도 귀신이 울어

부엉이 울음이 삼촌의 술주정보다도 지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