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기울던 햇살이/정양
능선 정동윤
2011. 9. 26. 14:24
기울던 햇살이/정양
풀숲 비집고 들어가
급하게 오줌을 싼다
오줌발 그치기 전에
지퍼 올리기 전에
무심코 버린 담배가
거미줄에 걸렸다
기울던 햇살이
화들짝 놀라 숨을 멈추는 순간
무당거미가 정겅정겅 다가와
먹이를 챙기려다가
담뱃불애 발가락이 다쳤는지
어쩔 줄을 모른다
겅겅겅겅 다리를 절며
무당거미는 풀숲으로 달아나고
무당거미 몸 숨기는 풀잎 하나
휘청 꺾이는 햇살 하나가
천지간에 도끼눈을 하고
대롱거리는 꽁초를 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