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숭어 이야기1/황희순
능선 정동윤
2011. 9. 26. 15:10
숭어 이야기1/황희순
망망대해에 던져놓은 새우
그 미끼 한 점을 덥석 물었지 뭐예요
정말이지 실수였어요
얼마나 험한 물길을 거슬러 왔는지
당신은 짐작도 못할 거예요
얼굴이 사색이 되었군요
나를 놓친 건 당신 탓이 아니예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는 살아남아야 했으니까요
만약 잡혔더라면
생것 좋아하는 당신의 예리한 칼날이
하얀 속살을 파고 들었겠지요
속살 한입 베어물면 파르르 오르가슴을 느끼며
당신 몸속 깊숙이 스며들었겠지요, 하지만
피 묻어날 것 같은 사랑도 언젠가 시들고 말아요
쉿, 사랑한다는 말은 너무 낡았어요
미끼로 먹이 낚는 일은 이제 진부해요
방법을 바꿔보세요
안녕! 오늘 물결은 잔잔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