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손공구/이면우

능선 정동윤 2011. 9. 27. 07:43

손공구/이면우

 

 

열일곱, 처음으로 손공구를 틀어쥐었다. 차고

묵직하고 세상처럼 낯설었다 스물일곱 서른일곱

속맘으로 수없이 내팽개치며 따뜻한 밥을 찾아

손공구와 함께 떠돌았다. 나는....천품은 못되었다

삶과 일이 모두 서툴렀다 그렇다 그렇다  삶과

일과 유희가 한몸뚱이의 다른 이름이었음을 나는

머리칼이 잔뜩 센 나이 마흔일곱에야 겨우

짐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아주 오래 움켜쥐고

있으면 쇠도 손바닥처럼 따스해지고야 마는 듯

 

초등학교 이학년 아이에게 공구세트를 선물했다

지퍼를 당기는 손이 가볍게 떨고 바로 그때

아이의 탄성처럼 은백의 광채가 그곳에 떠도는

것을 나도 처음인듯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