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정동윤 2011. 9. 27. 16:30

0 /김광림

 

 

예금을 모두 꺼내고 나서

사람들은 말한다

빈 통장이라고

무심코 저버린다

그래도 남아있는

0 이라는 수치

 

긍정하는 듯

부정하는 듯

그 어느 것도 아닌

남아 있는 비어 있는 세계

살아있는 것도 아니요

죽어있는 것도 아닌

그것들마저 홀가분히 벗어버린

이 조용한 허탈

 

그래도 0 을 꺼내려고

은행 창구를 찾아들지만

추심할 곳이 없는 현세

끝내 무결할 수 없는

이 통장

 

분명 모두 꺼냈는데도

아직 남아 있는 수치가 있다

바려도 버려지지가 않는

세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