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너에게 /김남조

능선 정동윤 2011. 9. 27. 16:38

너에게 /김남조

 

 

아슴한 어느 옛날

겁을 달리하는 먼 시간 속에서

어쩌면 넌

알뜰한 내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지아비의 한 개 피 묻은 늑골에서

백년해로의 지어미를 빚으셨다는

성서의 신의 이야기를 실상

너와 나의 옛사연이나 아니었을까

 

풋풋하고 건강한 원시의 숲

찬연한 원색의 칠범벅 속에서

아침 햇살마냥 피어나던

우리들 사랑이나 아니었을까

 

불러 불러도 아쉬움은 남느니

나날이 새로 샘솟는 그리움이랴...이는

그 날의 마음 그대로인지 모른다

 

빈 창 차가운 창가에

지금이사 너 없이 살아가는

나이건만

 

아슴한 어느 훗날에

가물거리는 보라빛 기류같이

곱고 먼 시간 속에서

어쩌면 넌 다시금 남김 없는

내 사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