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엽서,엽서/김경미

능선 정동윤 2011. 9. 27. 21:29

엽서,엽서/김경미

 

 

단 두번쯤이었던가, 그것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저 밥을 먹었을 뿐

그것도 벌써 일년 혹은 이년 전인가요

내 이름이나 알까 싶으니 모르는 사람이나 진배 없지요

그러나 가끔 쓸쓸해져 텅 빌 때

왠지 저절로 꺼내지곤 하죠

가령 이런 이국 하늘 밑 좋은 엽서 보았을 때

내겐 우표만큼의 관심도 없을 사람을

아득히 멀리 있음에 상처의 불안도 없이

마치 애인인양 그립다 쓰지요

당신, 끝내 그렇게 사랑 받고 있음을 영영 모르겠지요

몇 자 적다 이 사랑 내 마음대로 찢어

저 낯선 강에 버릴테니까요

불쌍한 당신, 버림받은 것도 모르고

밥을 우물대고 있겠죠

나도 혼자 밥을 먹다 외로와지면 생각해요

나 몰래

나를 꺼내보는 사람도 혹 있을까

나도 모르게 그렇게 행복할 리도 혹 있을까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