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사는법 2/홍윤숙

능선 정동윤 2011. 9. 27. 22:00

사는법 2/홍윤숙

 

 

날지 못할 날개는 떼어버려요

지지 못할 십자가는 벗어 놓아요

오 척 단신 분수도 모르는 양심에 치어

돌아서는 자리마다 비틀거리는

무거운 짐수레 죄다 비우고

손 털고 돌아서는 빌라드로 살아요

상처의 암실엔 침묵의 쇠 채우고

죽지 못할 유서는 쓰지 말아요

한 사발의 목숨을 위해

날마다 일심으로 늙기만 해요

형제여 지금은 발 동여매고

살얼음 건너야 할 겨울 진군

되도록 몸은 작게 숨만 쉬어요

바람 불면 들풀처럼 낮게 누워요

아, 그리고 혼만 깨어 혼만 깨어

이 겨울 도강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