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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탐색

능선 정동윤 2011. 7. 9. 10:02

 

까치 탐색/정동윤

 

1.

한 때 어느 은행의 상징이 되어 온 나라에 알려졌다

화려한 비상이었지

그러다 은행장의 기침소리에 상징에서 빠졌다.

그 후 자살했다는 소식은 없지만 대중에게 잊혀져

우울하고 쓸쓸해진 은행까치 산으로 들어갔다

 

2.

신갈나무에 이층집 지어 재미 본 후 

옆 상수리나무에 고급 빌라를 지어

현수막 내걸어도 분양이 되지 않는다

건축 민원으로 날마다 깍깍거리며

관공서 들락거는 남산골 까치는 돈이 종교다

 

3.

도심에서 좀 떨어진 북한산 기슭의 까치

가끔씩 시내로 나가 기름진 음식을 먹기도 하고

병원에서 약을 타오기도 한다

은퇴한 노인처럼 넉넉해도

시궁쥐 같은 비둘기에겐 베풀지 않는다

 

4.

서초동 법원 뒷산의 까치가 부럽다

수북한 낙엽들 뒤지면 팥배나무 마가목 열매가 많다

도시 농사지만 아껴 먹으니 끼니는 걱정 없다

이따금 누에고치 다리 아래 국립도서관에 가거나

한강으로 산책 나가 목도 축이고 날개도 씻는다

 

그 까치 가끔씩 시도 읽는다

때까치들 피해서